아들에게 쓰는 투자 편지 : 16. 기업 분석을 위한 여러 방법에 대한 고찰

아들아 저번 편지는 주가의 상승은 반드시 시장의 심리와 명분을 필요로 한다는 내용이었다. 투자에서의 명분은 너무나 다양하기에 자신이 어떤 명분을 추구할 것인지 따라 투자 전략을 구성하게 된다. 확실한 것은 그러한 명분은 미래에 대한 통찰로 자신이 먼저 선점해야 하는 것이다. 이미 떠도는 명분을 쫓아 이미 주가가 상승한 곳에 따라 가면 고점의 주인공은 분명 자신이 된다. 수급을 보고 내가 따라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수급이 나의 한발 빠른 통찰에 따라 오도록 해야 한다.

오늘의 편지는 이러한 기업을 분석하기 위한 종류로 무엇이 있으며 그러한 분석을 얼마나 과연 내 스스로 확신할 수 있는가에 대한 편지를 남기마. 온전히 내 생각이므로 분명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


# 차트와 기관 수급에 관해

네이버 블로거 '좋은친구'님이 올린 최근 글에 기가 막히는 차트가 있어서 이걸 인용해서 설명해보마.

차트와 기관 수급에 관한 비교1
1번. 기관과 외인의 지분이 늘어나고 있는데 매수?


차트와 기관 수급에 관한 비교2
2번. 기관과 외인의 지분이 줄어들고 있으면 매도?

동일한 모양의 차트를 가지고 왔다. 우리는 어떤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차트 투자자는 여기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한다. 물론 나는 차트나 수급을 근거로 투자를 해본 적도 없고 지금도 전혀 보지 않는다.

차트와 기관 수급에 관한 비교3
1번. 사요나라 ~

차트와 기관 수급에 관한 비교4
2번. 나이딱?

단지 후행적 현상으로 나타나는 차트와 수급은 전혀 기업 투자의 본질이 되지 못한다. 차트를 통해 돈을 꾸준히 벌었다고 하는 사람을 나는 아직 보지 못했지만 설령 그것을 스스로가 사실이라고 믿을지라도 단기적 결과에 따른 편향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발전하여 차트의 기술이라며 장사를 하기도 하는데 결코 그것은 타인에게 적용될 수 없는 자신만의 믿음이기에 그러한 방법이 자신에게도 적용되리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이미 많은 대가들이 차트 등 기술적 분석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을 했는데 여기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들은 본질적인 기업 분석을 할 수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차트라는 자기 확신이 필요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어떠한 형태로든지 명분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의 후행적 현상인 주가로 투자를 결정내린다는 뜻은 언제나 자신은 기업의 본질에 후행하여 오직 사람들과의 심리 게임으로 '매매'에만 집중한다는 뜻이다. 이 행위는 완벽히 겜블의 영역이기에 기업 분석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전에도 말했지만 겜블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이것은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재능이다. 따라서 겜블에 재능이 없는 우리 같은 평범한 가치 투자자에게 이것은 전혀 고려할 무엇이 아니다.


# 기업 탐방과 주담 통화에 관해

나는 10년의 투자 기간 동안 탐방을 단 한번도 가지 않았고 앞으로도 갈 생각이 없다. 투자 확신을 위한 내부자 의견의 필요성을 못 느끼기 때문이다. 시차로 인해 사업 보고서에 드러나지 않는 회사의 턴 어라운드를 시장보다 빨리 확신하기 위함인데 나는 이러한 방식으로는 평생 투자를 영위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옆에서 지켜보니 탐방을 통한 의사 결정을 하는 사람은 결코 장시간 투자를 할 수 없더구나. 그들은 체력적인 문제든 의지적인 문제든 여러가지 문제로 10년 ~ 20년 정도로 투자 여정이 끝이 났다.

버핏과 멍거는 죽을 때 까지 투자를 할 수 있지만 피터 린치가 10여년 만에 가정을 지키겠다고 이 바닥을 은퇴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라고 생각한다. 투자라는 행위가 제 2의 노동이 되는 것을 나는 추구하지 않는다. 항상 강조하는 것이지만 투자는 자본주의의 속성을 그대로 누리기 위함이다. 

언젠가 여기에 대한 편지를 쓰겠지만 나에게는 투자라는 행위가 세상을 이해하는 하나의 창으로써 지적 유희를 위해 나의 판단이 옳았음을 증명하고 자아 실현을 하는데 있다. 수익은 그에 따라 자동으로 따라 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자체를 추구하진 않는다. 이러한 성향은 투자 행위를 스트레스 받지 않고 평생 즐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

주담 통화 또한 10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통화는 적당히 활용하면 효율 대비 아주 효과적인 방식이라 생각한다. 근데 통화를 해보면 내가 사업 보고서에서 해석했던 내용들이 거의 맞더구나. 보통은 회사가 좋아질 점 등의 장점은 묻지 않고, 보고서에서 부정적인 내용으로 해석되는 것을 실제인지 확인하기 위해 전화를 한다. 몇 분간의 대화에서 서류에 결코 나타나지 않는 회사의 진짜 분위기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큰 매리트라고 본다.

나는 '이발소에 가서 머리를 깎아야 되는지 물어 보지 않는다.'는 버핏의 말이 위 내용과 같다고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이러한 분석 방법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세계 주요 국가 주식에 언제든지 투자가 가능하다. 주담이 아닌 사업 보고서 등 텍스트만 있으면 되기 때문이다. 5년 전과는 달리 Ai가 아주 발달해서 번역 기능이 아주 훌륭하다. 세계는 너무 넓고 사업 분석하기에 너무 재밌고 즐겁더라 ~


#기업 BM 분석에 관해

가치 투자자가 필연적으로 마주하게 되는 비즈니스 모델 분석이다. 우리는 평생 이것을 위해 공부하고 이 분석을 근거로 하여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재무 분석은 기본이고 해자가 얼마나 단단한지, 앞으로 얼마나 이익을 벌어 들일 것인지 나아가 경영진은 어떠한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사람들이 분석하는 것은 디테일에 차이는 있을 수 있겠으나 기업의 핵심을 파악하기에 무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투자자는 분석의 정확성이 투자를 이끌게 하는 것이 아닌 가치관이 실제적으로 투자 결정을 이끈다는 것이다. 기업 분석은 조사를 업으로 삼는 애널리스트(물론 애널의 조사를 깊게 들어가 보면 누락된 정보가 꽤나 많이 존재하기도 한다.)를 비롯하여 수많은 시장 참여자들이 해주고 있다. 이미 세상에는 정보는 넘치고 넘친다. 결코 정보가 부족해서 투자 결정에 이르지 못하는 세상이 아니다. 정보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진짜 핵심이다. 인간은 모든 것을 명확히 알 수 없다는 사실 아래 투자의 모든 것은 불확실성을 전제로 두고 있다.

그러니 기업 분석을 어떻게 어느정도로 잘 해야 하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없다. 만약 자신이 생각하기에 분석 능력이 부족하면 정보 검색 능력을 키우면 쉽게 해결된다. 김영삼 대통령이 한 말이 여기에 적용되는데, '나는 안 똑똑해도 옆에 똑똑한 사람을 두고 그 말을 잘 써먹으면 된다. 그것이 진짜인지만 구별하면 된다.' 이것이 지도자의 참된 태도이자 투자자에게도 적용되는 미덕이라 생각한다. 똑똑한 분석은 이미 세상에 널리고 널렸다. 그러니 우리는 많은 책을 읽고 현명해지기만 하면 된다. 이것이 버핏과 멍거가 알려준 효과적인 기업 분석 향상 방법이다.


# 분석의 확신에 관해

나는 이것을 오랫동안 고민을 했다. 과연 어디까지 정보와 분석을 확신해야 할까. 결론을 말하자면 불가지론이다. 그 누구도 확신할 수 없고 알 수 없다. 버핏도 이미 그렇게 선언했다. 다만 높은 확률로 이루어 질 수 밖에 없는 무엇에만 집중을 하는 것이다. 2m 높이 뛰기가 아닌 30cm 넘기를 여러번 한다는 멍거의 말처럼 쉬운 게임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똑똑한 시장 참여자는 너무나 어려운 게임을 자주 한다. 그들은 그것을 확신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예전 편지에 남긴 것처럼 사람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견디지 못하는 성향이 DNA 깊숙이 박혀 있다. 그래서 매일 새로운 정보를 찾아 헤매고 거시 분석부터 별별 것을 확인하면서 자기 확신을 취하는 방식을 취한다.

각자의 타고난 기질로 무엇을 확신할 수 있는 영역은 한정되어 있으며 그것은 오직 자신만이 알고 있다. 즉, 자신의 장점을 정확히 파악하여 그것을 살리는 투자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이것을 두고 멍거는 자신의 능력 범위를 설정하여 그것에만 집중하여 투자를 하라고 하는 것이다.

찰리멍거의 말-바보되지않는법
똑똑한 그들은 더 어렵고, 더 복잡하게 누가 더 똑똑한지 대결을 하는 모양새다. 
출처: 찰리 멍거의 말


가령 꽁초 투자는 누구나 명확히 할 수 있는 숫자로 되어 있기 때문에 그 분석을 확신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확신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행위 유지는 '아무나' 하지 못한다. 여기서도 반복되는데 결국 분석의 확신보다 중요한 것은 기질이라는 것이다. 생각으로 확신을 할 수 있어도 손가락 끝으로 행위하는 것은 신기하게도 별개의 행위더구나.


# 마치며

오늘의 편지는 차트와 수급, 기업 탐방과 주담 통화, 기업 BM 분석 등 여러가지 투자를 위한 방법론에 대해 글을 썼다. 투자를 잘 하고 탁월한 수익을 올리는 것은 결코 똑똑함으로 좌우되지 않는다. 타고난 기질과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와 에너지가 결국 이 모든 것을 결정하게 된다. 그래서 나는 경제학 노벨상을 받은 사람일지라도 그가 투자에 있어 결코 우위가 있을 수 없음을 알고 있다. 그러니 더 이상 똑똑해지려고 하지 말고 현명해지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투자를 탁월하게 하기 위한 지식은 문해력과 산수 능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현명해지는 것은 투자에 있어서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도 너무나 훌륭한 모델이라 생각한다. 아들아 현명함을 추구하는 삶을 영위하기를 바라며, 오늘 편지는 이것으로 마치마. 다음 편지는 현명한 투자의 표본 인덱스 펀드에 대해 글을 남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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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deep_da님의 메시지…
읽을수록 투자에 대한 많은 고민이 있었음을 느끼게 됩니다. 좋은 글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