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업을 발견한 것은 한 달 전 9월 중순이었고 다음과 같은 글(link)을 남겼다. 현재는 기업 분석을 끝냈고 나는 매수의 인내를 하고 있다. 왜냐하면 계속 하락을 할 것 '같아서'다. 그럴싸한 이유는 사실 없고, 스스로 기만하지 않기 위해 폼 나지 않는 진실을 적자면, 그냥 '느낌'이 그렇다. 발견 당시 가격 9만 원도 가치대비 분명 합리적이지만 그냥 느낌상 7만원 영역까지는 쉽게 갈 것 같다.
그 느낌을 구성하는 큰 근거중 두가지는
1. 미국 시장 인덱스가 비싸다는 점
2.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 예상되고(수출 내역으로 판단) 그 실적에 놀라 오해로 인한 큰 매도세가 나올 것 같다는 점 때문이다.
나는 항상 진입하기 전에 매수, 매도 전략을 구상하고 투입한다.
위 느낌을 근거로 매수 전략은 다음과 같이 정했다.
내가 이 종목을 발견할 당시는 9만원 초반대였다. 매수 최종 목표가는 6만원 초반대이고 이때 기업 본질에 큰 변화가 없다면 가용 가능한 현금 자금을 모두 투입할 예정이다. 진입 가능 시점은 내년 3월 까지로 예상하고 있다. 4월에 사업보고서가 나올 것이고, 실적은 가히 놀라울 것이다. 그 이후로는 이 보물 같은 기업을 매수할 기회는 쉽게 오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다.
과연 나의 느낌이 얼마나 정확한지 매수 일지를 적어나가기로 했다. 정말이지 허접한 이 근거가 얼마나 들어 맞을지. 정말 그러한지 일지를 써보기로 했다. 재밌을 듯 하다.
_ 24년 10월 14일 일지 시작
오늘의 종가는 정확히 8만 원으로 전일 대비 대략 -4% 하락을 기록한 날이다. 거래량까지 실린 하락인데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은 기사(link) 때문이었다. 내용인 즉, 매출 채권 회수에 대한 염려섞인 기사였다. 이것이 악재로 작용했다는 것이 아주 놀라웠다. 돈을 잘 벌고 있음이 증명되었는데 오히려 시장은 반대의 염려를 했다.
시장이 똑똑하다고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딱히 믿지 않는다. 시장이 똑똑하다기 보다는 소수의 참여자가 천재적이고, 나머지 군중은 그것을 따라갈 뿐이라고 인식한다. 결코 전체의 합이 시장의 합일 수가 없다. 시장은 인간 군상 감정의 집합체로 애당초 근본이 없는 곳이다. 재무제표를 한글로 그대로 읽는 수준에 불과한 저 기사에 참여자는 큰 반응을 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나는 단 한 주도 사지 않았다. 왜냐하면 다음 3분기 보고서가 11월 중순 발표되면 더 큰 하락을 할 것 같아서. 그때부터 매수를 시작할 생각이다.
나는 이 말을 꽤나 좋아한다. '공포는 놀랍도록 쉽게 확산된다.'
10월 22일
매일 1~2%씩 떨어져서 77,000원 까지 떨어 졌다. 생각보다 하락의 속도가 가파르다. 올해 안에 목표가 6만원 까지 충분히 갈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다. 역시나 근거는 없다. 기대하고 있는 것은 3분기 보고서로 인한 참여자의 오해인데,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한 달 안에 볼 수 있을 것이다.
10월 25일
계속 떨어지던 하락세는 75,000을 저점으로 어제 진정되어 79,000원 정도로 소강상태에 접어 들었다. 팔려고 하는 사람도, 살려고 하는 사람도 없는 상태다. 올해 지정 감사를 기다리던 실망 매물이 거의 다 나왔다고 봐야 한다. 이제 남은 것은 3분기 실적 오해 물량이다. 메가젠 진성 주주는 당연히 신경을 쓰지 않을 테지만 어딜 가나 가짜는 있기 마련이라 그것이 마지막 기회일 듯 하며, 6만원 라인이 오지 않더라도 그때부터는 모아가야 할 것이다.
10월 28일
26일 중국 영업을 위한 스톡 옵션을 빙자한 유상 증자 50억 가량 발표가 났다. R2 스캐너를 만드는 기업 같은데 얼마나 영업을 잘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으나 CEO의 깊은 뜻을 받들 뿐이다. 가격은 8만 라인에서 왔다 갔다 하고 있다. 생각보다 가격이 잘 안 떨어진다. 이제 슬슬 진입을 해야 한다는 압박이 생기기 시작한다. 처음에 계획했던 3분기 실적 후 진입을 지키기 위해 꽤나 인내를 하고 있다.
11월 1일
오늘은 상장을 위한 지정 감사에 실패한 CFO 퇴사 소식이 들려 왔다. 내년에는 기필코 상장을 하려는 의지를 CEO가 보이고 있다. CEO는 여전히 결단이 굉장히 빠르다. 최근 닝보 유상증자는 주식 지분 교환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조만간 3분기 실적이 나온다. 과연 나의 행운은 어디 까지 따라줄까.
11월 6일
흔들림을 잘 이겨내고 매수를 기다리고 있다. 오늘은 트럼프가 당선되었고, 더본코리아가 상장되었다. 언젠가 메가젠이 맞이할 상장 당일 플로우를 더본코리아로 학습하였다. 공모가 3만4천 짜리가 7만원 넘게 갔다가 급격하게 주저 앉았다. 메가젠은 정말 오래 들고 갈 생각인데 상장할 때는 트레이딩 관점으로 과연 팔아야 할까. 벌써 부터 고민이다.
11월 14일
장 끝나고 3Q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비상장이라 ifrs가 도입되지 않아 예상대로 개별 실적은 바닥을 친다. 현재 78,000원 정도 되는데 내일 과연 얼마나 많은 오해로 하락할까. 작전은 성공할까? 기대가 된다. 내일 부터 매입을 시작한다.
11월 15일
생각보다 많이 떨어 지지 않았다. 10시 30분 경 72,300원을 저점으로 오전에 바로 77,000원 까지 말아 올렸다. 오늘 오전에 워낙 바빠서 트레이딩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운전을 하면서 빨간불 정체를 할 때 10시 50분 경 72,400원에 호가 올려 놓은 나의 매수가 10초 찰나에 호가를 벗어나 75,000원 까지 가버렸다. 비상장 기업은 어느 정도 고수가 접근하는 주식이라 이 정도 오해는 별로 안 먹히는 것 같다. 진성 주주만 남은 것 같다.
12월 중순 까지 물량을 전부 채워야 한다. 메가젠은 연말 종무식 때 실적 발표를 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략 매수 기회는 한달 정도 남았는데 7~8만 레인지로 주가가 왔다 갔다 할 것 같다. 최대한 7만 초반에 물량을 채우는 것으로 목표로 해야겠다. 10번 정도 나눠서 매수를 할 생각인데, 오늘 첫 매수는 74,500원에 평단가가 맞춰 졌다.
11월 15일 5분틱 |
11월 21일
일주일 동안 차근 차근 계획했던 물량의 70%를 채운 듯 하다. 평단가는 75,400원 정도다. 세계 증시 매크로 상황은 아주 마음에 안 들지만 대가들의 원칙을 받들어 개별 기업에만 집중하여 매수를 유지한다. 운이 잘 따라 현재의 레인지가 저점이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혹시나 매크로에 의한 반타작은 이미 각오를 했다.
11월 22일
오늘 날짜로 100% 목표 물량을 채웠다. 평단가는 75,100원. 포트 40% 현금 비중에서 10% 현금 비중으로 확 줄었다. 포트 2위 투자 기업이 되었다. 마켓 타이밍(link)에 대한 지난 고민의 글을 또 읽었다. 여전히 매크로가 불안하지만 이것을 이겨내고 개별 기업에 대한 집중으로 원칙을 지켰다.
물량을 다 채우고 이제 까지 마음을 돌이켜 보니 조급한 마음을 많이 느낄 수 있었다. 조만간 날아갈 것 같은 두려움과 조만간 폭락할 것 같은 증시 사이에서 그 어떤 것도 예상하지 않고, 감정을 이입하려 하지 않으려 노력했다. 생각보다 완벽하게 되지는 않았지만 내가 이제 까지 투자 시장에서 경험하고 학습한 것을 바탕으로 행동하려 하였다.
이제 매수 투자 일지는 오늘을 끝으로 마무리 한다. 행운이 가득하길.
1 댓글
이제사 컨닝했으니 저는 오늘부터 공부좀 해보려합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