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마켓타이밍을 재고 있다. 파티가 곧 끝나고 시장이 폭락할 것이라 믿고 있으며, 현금 비중은 40%가 넘어간다. 매수를 기다리는 2개의 기업은 10배 이상의 수익을 목표로 투자를 하려고 계획 중이다. 엄청난 장기 투자가 될 듯하다. 흥미로운 것은 이 두 기업은 현재의 가격도 충분히 싸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어떠한 매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폭락 후 쓸어 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이다.
이것이 옳지 못하는 것에는 누구나 동의할 것이다. 재밌는 것은 이것이 투자에 있어 10년 간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이라는 것이다.
하락을 예상했던 10년 전 일기.. 보기 좋게 다가 올 16년은 큰 상승장이었음. |
오히려 초짜의 나는 기질적으로 내재된 욕망을 버리고 원칙을 지키고 있었다.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그저 대가의 발자취를 따라갔을 뿐일까?
10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도저히 매수를 할 수가 없다. 가격이 저렴한데도 도저히 매수를 할 수가 없다. SNP의 가격이 너무 높고, 시장이 미쳐있는 것만 같아 조만간 폭락할 것 같은 빌어먹을 생각 때문에 도저히 개별 기업의 가격만 바라보고 진입할 수가 없다.
이러한 현재 나의 모습이 과연 시장을 예측하는 것일까?
아니면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긴 것일까?
이 답을 명확히 내리기란 너무나 힘이 든다. 그래서 이러한 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2가지 가정을 해야 한다.
1. 매입을 하지 않았는데, 기업 가격이 상승하여 비싸게 매입해야 할 경우. (이럴 경우에 어쩌면 내 성향상 평생 매입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2. 매입을 이미 했는데, 시장 폭락으로 반토막이 나서 싸게 매입할 수 없을 경우.
두 가지 경우에 놓였을 때 나는 어디에 더 큰 스트레스를 받을 것인가 하는지 알아야 한다. 사고 실험을 해보면 둘 다 아주 미칠 것 같다. 그나마 후자는 초과 수익이라는 아쉬움과 욕심만 버리면 될 듯한데, 전자는 아마 화병 걸려 앓아 누울지도 모른다. 10%만 더 싸게 사고 싶다는 욕심에 날아가는 기업을 놓친 적이 여러 번 있는데, 이번에 또 그것을 반복한다면, 그것도 마켓타이밍이라는 이유로 이 기업을 놓친다면 나를 용서하지 못할 것 같다.
답은 어느 정도 나온 것 같다. 50% 폭락을 각오하고 진입을 이제 슬슬 해야만 한다. 10배를 노리는 종목에 15배면 어떻고, 20배면 어떠냐. 마켓타이밍을 노리고 염가에 사고 싶다는 욕심을 내려 놓고 합리적으로 가격을 지불하자. 혹여나 시장은 폭락해도 기업은 폭락을 잘 방어할지도 모르는 일이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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