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항상 스스로 시장에서 '거래자'라 생각해왔다. 투자자도 아닌 투기자도 아닌 그 중간 영역 어딘가다. 매수는 투자(숫자)이지만 매도는 투기(심리)라고 부르는 것이 정확하다. 사실 전통적인 대부분(99.9%)의 가치 투자자는 거래자의 모습을 띈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팔아야 하는 것이니 당연히 거래자로 귀결된다.
투자자는 응당 숫자를 뛰어 넘어 비지니스 모델과 CEO에 명확한 판단으로 자본을 투입할 수 있어야 한다. 즉, 회사에 대한 온전한 인사이트로 기업과 동행해야만 한다. 이 모델이 벤처 투자로 가면 VC가 되는 것이고, 장기 성장으로 증명된 회사에 대한 투자 및 M&A를 주로 하는 모델은 버크셔 해서웨이가 된다.
우리 나라 기업 문화 특성상 투자자가 나오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상장된 기업의 그들은 결코 도덕적이지 않으며 주주를 병신으로 보는 것이 완벽한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를 하고 싶어도(동행을 하고 싶어도) 결코 그들과 함께 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에는 어느정도 구린 냄새가 나는 회계와 CEO는 타협할 수 있는 무엇으로 생각하고 오직 BM만 파악하여 투입하였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나는 잘 알고 있다. 저것은 타협할 수 있는 그 무엇이 아니다. 아무리 사업 내용이 좋을지라도 경영진이 도덕적이지 않다면 나의 자본이 투입되어서는 안된다. 그래서일까 국내 증시에 간혹가다 보이는 우수한 BM을 가진 회사에 도저히 투자할 수가 없었다.
지금도 나의 관심 종목에는 3개 가량의 기업이 있지만 그것을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사업은 훌륭하나 역시나 거버넌스 문제를 가지고 있다. 노골적으로 주주 환원을 무시하는 기업도 있고, 대기업이 써왔던 전법을 그대로 답습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 증시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너무나 당연해서인지 이미 다들 그러려니 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실이 극단적인 저평가를 만들어 냈고 나에게 하늘이 내린 매수 기회를 주고 있다고 위로를 해보곤 했다. 머리로는 이렇게 자위하지만 나의 심정에서는 도저히 그것을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그 증거로 매수 버튼이 눌러지지 않는 것일테다.
나는 정말 대한민국 기업과 동행을 하고 싶었다. 10년 동안 시장에 참여를 하면서 이것이 이루어 지길 바래 왔다. 훌륭한 BM과 경영진을 동시에 가진 기업을 내게 보여달라 기도했다. 그러한 기업이 있다면 영구적 자본 손실도 각오하고 싶었다. 그런 기업을 미리 간파하여 그들과 함께 할 수 있다면 이미 그 자체로 훌륭한 투자 인생일테니까.
그런데 정말 이 기도가 닿은 탓일까. 얼마전에 드디어 국내 1호 투자 기업을 발견했다. 훌륭한 BM 그리고 도덕적이고 뛰어난 경영진. 이 기업이 미래에 코끼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1분 만에 알 수 있었다. 그 기업이 이 잔인한 자본주의 정글에서 성체 코끼리가 될 때 까지 생존할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별탈 없이 성장만 한다면 분명 멋진 상아를 드러낼 아기 코끼리임을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실패가 두렵지는 않다. 스스로가 옳지 못한 선택을 하는 것이 나를 좌절하게 만들 뿐이다.
오늘 나는 와이프에게 이렇게 물었다.
"당신, 부자가 될 준비되었어?"
3 댓글
컨닝페이퍼 욕심도 스멀스멀~ ㅎ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