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투자 편지 : 18. 주식에 장기 투자 한다는 것

아들아 오늘의 편지는 장기 투자를 왜 해야 하는지, 과연 장기 투자를 할 수나 있는 것인지, 그렇다면 어떤 기업에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지 대해 글을 남기마.

#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

예전에 10. 매도를 언제 해야 하는가에 대해 편지를 남겼었다. 매도는 Art의 영역이라 수익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명확한 법칙이 없다. 사실 탁월한 매도는 행운에 가깝다. 이것에 대한 해결책으로 '매도'가 아닌 '보유'에 대한 가치를 나는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깨달을 수 있었다. 버핏은 기업과 동행하라고 했다. 이 말을 진정 실천하기 까지 나는 거의 10년이 걸렸다.

극대화된 수익은 시장 참여자의 명분과 욕망이 어우러졌을 때 나타나는 것이 어느정도 사실이다. 하지만 시장의 욕망을 이용하는 매매를 지속했을 때 과연 내가 대중에 속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이것은 기업의 수익을 향유하여 복리 효과를 누리는 투자가 아닌 마켓에서 심리 게임을 하는 거래(매매)행위와 같다. 과연 이러한 행위가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가에 대해 스스로에게 물었을 때 자신있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2배, 3배 먹고 매도를 했는데 그 종목이 10배 이상 가는 경험을 시장 참여자는 숱하게 한다.

역설적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 하는 이유는 다름 아닌 매도를 하지 않기 위해서다. 매도를 하지 않을 수 있으면 우리는 기업 성장의 온전한 복리를 누릴 수 있게 된다. 멍거는 "매도를 대체 왜 해야 하죠? 보유를 하는 것은 너무나 큰 즐거움입니다. 나는 이 즐거움을 놓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하였다.


# 장기 투자를 과연 할 수 있는가

그러면 과연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이 얼마나 존재하는가에 대한 문제가 생긴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장기 투자를 하기 위한 기업의 수는 정말 극히 적다. 100년 전 뉴욕거래소 주요 50개 기업 중 오늘날 존재하는 기업은 오직 제너럴 일렉트릭(GE) 하나 뿐이다.

아리 드 호이스 <살아있는 기업 100년의 기업>에 의하면 포춘 500대 기업의 기대수명은 40~50년에 불과했다. 기업이 설립되고 선정이 되기 까지 25~30년이 걸렸는데, 놀라운 점은 선정이 된 후 15~20년 후 그 기업들은 사라지고 말았다. 즉, 괜찮은 기업으로 우리에게 인지된 후 20년이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처럼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찾는 것 자체가 이미 극한의 확률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막연하게 장기 투자를 하게 되면 완벽한 영구적 자본 손실에 이르게 된다. 마치 장기 투자만 하면 부를 이룰 것처럼 세간에 성스러운 말씀처럼 회자되지만 사후 편향일 뿐이며 결코 진실은 그러하지 못하다. 수 많은 기업이 최고의 기업처럼 비상했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하지만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정말 극소수의 기업을 간파하여 찾는다면 부를 완벽히 이룰 수 있게 되기도 한다.


# 누구나 장기 투자를 할 수 있는 유일한 종목 '인덱스'

만약 장기 투자(지속 보유)를 할 수 있는 기업을 찾을 수 없다면 인덱스 투자만이 유일하다. 저번 편지에 남긴 것처럼 17. 인덱스 투자의 위대함과 어떤 인덱스에 투자해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였다. 인덱스 투자는 실패할 수가 없는 투자이며 수익률 또한 탁월하다. 원금 손실이 없는 투자 어드벤티지를 가지면서 수익률 까지 탁월한 투자 방식을 취하지 말아야 할 이유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하지만 똑똑하고 욕망이 넘치는 시장 참여자는 결코 인덱스 투자에 많은 비중을 두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들은 허구를 신봉하기 때문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오늘날의 지위에 오른 이유가 돈, 국가, 법인, 인권과 같은 허구를 신봉하는 능력 때문인데 그들은 자신이 믿는 허구를 끓어 넘치는 본능속에서 목숨을 걸어서라도 꼭 실현시키길 원한다. DNA 깊숙히 박힌 능력이자 저주인 이것에서 우리는 결코 벗어나기가 힘들다. 시장에 참여한 그들은 보편의 사람보다 똑똑하기 때문에 뻔한 인덱스보다 자신이 믿는 가치(회사)를 증명하고 실현시키길 원한다.

다만 그 가치를 실현시키기 위한 대가는 너무나 가혹하다. 그 영광을 차지한 기업은 1%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실패한 모든 것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입을 다물고 있지만 실은 존재하지 않게 되어 그 어떤 말도 하지 못할 뿐이다. 극한의 확률을 뚫고 승리를 거둔 허구만이 우리에게 성공으로 부각될 뿐이다.

나 또한 이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금도 노력을 하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지적 허영이 강한 나는, 나의 지적 판단과 가치를 실현시키기를 누구보다 강하게 욕망한다. 그래서 나는 완전한 실패도 감당 가능한(이것이 없어도 부의 증진에 타격이 없는) 적절한 비중으로만 개별 기업에 투자하기로 타협하였다.


# 마치며

아들아 복리를 진정 이해했고, 인덱스의 존재를 알았다면 투자를 잘하기 위해 신경써야 할 것은 사실 아무것도 없다. 투자자의 진짜 영웅 '존 보글'이 우리에게 대중화시킨 인덱스 투자만 장기적으로 하면 누구나 부를 이룰 수 있다. 버핏이 자신이 죽으면 모든 자산을 S&P500 인덱스에 투자하라고 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간단한 진리를 누구나 이해하지만 아무나 할 수 없다는 것은 그야말로 저주가 아닐 수 없구나. 이 글을 쓰는 나도 그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해 오랜 기간 고통을 겪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정도 타협을 했고 나의 허영을 채우기 위해(증명의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감당할만한 적당한 금액만 내가 믿는 허구에 투입할 뿐이다. 절대 허구에 내 모든 자산을 걸지 않는다.


멍거의 말-바보가 되지 않는 법
멍거의 말

끊임없이 어리석음을 경계하면서 스스로의 지혜를 믿으면 된다. 부를 이루기 위해서는 멍청해지지 않는 것으로 충분하다. 장기 보유를 하기 위한 확실한 종목은 오직 인덱스만이 유일하다. 아무리 위대한 기업일지라도 언젠가 사라진다. 이것은 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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