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투자 편지 : 10. 투자에서 매도는 언제 해야 하는가?

아들아 저번 편지에는 정보보다 가치관과 기질이 투자에 더욱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수 많은 투자 서적에서 절대 제대로 언급되지 않는 주제가 있다. 바로 '언제 매도해야 하는가?'
수익을 냈을 때 사실 매수 과정보다 실제로 투자자를 더 골치 아프게 하는 영역이기도 하다.

어떤 기업에 투자하고, 언제 사야하고, 왜 샀고 등등 매수에 대한 글은 99.9%인데, 왜 매수만큼 중요한 매도에 관한 주제는 어떤 대가께서도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것일까? 매수보다는 수익 실현인 매도가 실제로 중요하기에 초특급 기밀이라서 알려주기 아까워서 일까?

아들아 오늘의 편지는 투자에서의 매도 영역에 대한 글이다.

# 매도의 영역은 Art

그렇다. 아트. 매도는 지극히 예술의 영역이기 때문이다. 사실 투자 행위 전체 과정이 종합적 사고 판단이기 때문에 아트의 영역이기도 하다. 그중에 매도의 영역은 지극히 예술의 영역이다.

한 투자 예시를 들어보마. 조금 비약이 있기는 하지만 쉬운 설명으로 접근했다.
나는 per 4, pbr 0.4 기업에 꽁초 투자를 했다. 시간이 흐른 뒤 투자에 성공해 100% 수익을 얻었고 밸류는  per 8, pbr 0.8 이 되었다. 이때 우리는 매도를 해야 할까?
대답은 Yes and No 둘 다 가능하다. 꽁초 전략에 충실한 우리는 가격 대비 더 좋은 다른 기업이 있으면 그 기업에 옮겨 가도 될 것이고, 성장 가능성이 있고 다른 꽁초 대비 가격 디메리트가 크게 없다고 판단되면 보유해도 무방하다.

그 다음 응용 버전.
성장성이 있다고 판단한 위 기업을 안 팔고 계속 보유했다는 가정 아래 또 올라서 per 12, pbr 1.2의 기업이 되었다. 200% 수익이 생겼다. 이때 우리는 매도를 해야 할까?
나의 대답은 이번에는 No다.
아니?!?!? 아까 per 8에는 팔 수도 있다고 했으면서 가격이 비싸진 per 12 지금은 안 판다고요??

그렇다. 이 기업은 이제 예전의 꽁초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기업은 분명 신사업이 가시적으로 성공하고 있는 중일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기업으로 거듭났으며 시장에서는 이 기업을 암탉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이 때 부터는 자산 관점이 아닌 신사업의 산업 캐파에 접근하여 매도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즉, 이 암탉이 얼마나 많은 계란을 낳을 것인지 계산을 해야 한다는 뜻이다.

# 실전 사례

현재 실시간으로 내가 진행하고 있는 꽁초 계좌로 한번 설명해보마. 

은행주 투자 수익
은행주 투자

저번 글로 썼던 저PBR 꽁초투자에 대한 생각 (feat.은행주)에 소개되었던 꽁초 계좌다. 한 달 전보다 수익이 5% 더 올라있는 상태구나. 당연히 매도를 하지 않았다. 본질적인 요소는 아니지만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고 여전히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이다. 만약 2배 멀티플을 받고 나면 어쩌면 매도 처리를 할 지 모른다. 그때는 per 10 , pbr1 에 근접하기 때문이다. Stay를 하지 않는 이유는 은행주는 전형적인 수탉 꽁초 투자이기 때문이다. 

다만, 특수한 상황이 생긴다면 대응은 달라질 수 있다. 가령 얼라인파트너스의 JB 길들이기가 성공하는 등의 이유로 시장이 환호하는 등이다. 이유를 보면 알겠지만 적정 가치에 가더라도 경우에 따라 꽁초 투자 또한 매도의 근거는 달라질 수 있다.

그럼 조금 더 응용해서 per 10, pbr 1이 넘는 케이스를 한 번 살펴보마.

이녹스 일기
2017년 이녹스 일기

내가 투자 3년 차였던 당시 솔직한 마음으로 쓰던 혼자만의 투자 일기다. 평균 매입가 11,920원 비중 15% 정도로 담았던 이녹스라는 기업인데 대략 17년도 고점에 팔아 650% 정도 수익을 보고 나왔던 종목이다.

일기를 보니 250% 수익에 per 70, pbr 3.2 상황인데 당시 20대의 풋내기는 생전 처음 마주하는 상황에 아주 골치 아파하고 있구나. 욕망과 합리의 싸움에서 감정적 동요가 크게 온 날로 보인다. 당시 이녹스는 OLED 봉지재 신사업을 성공시켰고, 이녹스첨단소재라는 회사의 인적 분할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었다.

오직 합리만 추종하던 20대의 나는 이때 용캐도 욕망을 택하기로 했다. 이유는 두 가지였다.
그때의 미스터 마켓은 세상에 처음 선보일 OLED에 기대를 했고 완전히 미쳐있었다. 다음날이면 계속 해서 주가는 상승을 거듭하고 있었다.
당시 이녹스의 기술력은 독보적이었으며 5년 이상의 꾸준한 roe 20 매출 증대가 예상되었다. 특히 저금리, 저성장 시대였기에 roe 20의 신기술은 시장을 강하게 매혹했다.
즉, 앞으로 생성 될 계란과 그 계란을 알아봐 줄 시장의 반응 둘 모두를 고려한 것이었다.
그리고 저 일기를 쓰고 5개월 뒤 pbr 6을 달성하고 미련 없이 전량 매도하였다.

# 결론

글의 내용을 보면 알겠지만 매도에 있어 정확한 룰도, 정확한 숫자도 없다. 숫자가 기반이 되기는 하지만 그때 그때의 느낌과 상황이 절대적으로 매도 결정에 영향을 미친다. 각자가 가진 기질에 따른 인식이 매도에 지대한 결정을 내린다. 저번 편지의 내용과 일맥상통한다.

대가들이 매수에 대해서는 시원하게 답을 잘 주지만 매도에 대해서 답을 줄 수 없었던 이유는 '그들도 사실은 명확히 모르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랐다는 뜻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는 뜻이고 주목의 형태는 기업마다 제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시장의 주목 형태를 인식하는 사람들의 구조는 매수를 할 때 보다 훨씬 더 동물적이고 비이성적이다. 현재의 비트코인이 상승이 마치 그와 같다. 오직 욕망이 난무하는 곳에서 더 이상 이성적 분석이란 의미가 없게 된다. 천재 물리학자이자 투자 실패자 뉴턴이 한 말이 생각나는 구나. 천체의 운동을 계산할 수 있어도 인간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결론이 허무하다고? 어쩔 수가 없다. 그것이 진실이니까.
결국 아무리 분석을 잘하고 옳은 매수를 결정하여도 이른 매도를 하게 되면 꽤나 아쉬운 결과를 맞이 하게 된다. 시장을 뛰어 넘는 탁월한 수익은 결코 쉽게 만들어 지지 않는다. 매도의 영역은 Art다. 사실상 타고나는 것이다.
아들아 이 진실을 똑똑히 기억했으면 한다. 그리고 언젠가 때가 되면 너에게 전해줄 편지에 타고나는 Art 능력을 진정 해결할 방법을 알려주마. 지금은 너에게 알려주어도 아마 받아 들이기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오늘의 진실을 기억만 해주었으면 한다.

지금 당장은 수익이 발생한다면 분할 매도를 하던지, 기도 메타를 하던지, 그 무엇을 해도 좋다. 설령 가격이 더 올라가더라도 너가 아쉬워 하지 않고 실현한 수익에 만족하고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들아 오늘의 편지는 매도에 대해 글을 썼다. 다음 편지는 투자자의 필수 산업 '은행주'에 대해 글을 쓰마(click). 은행주는 정말 투자의 기본기로써 평생 동안 꽁초 투자로 주기적으로 써먹을 수 있는 산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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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deep_da님의 메시지…
매도 선택 시 고민하게 되는 부분에 대해 맛있게 잘 써주셨네요. 이녹스를 찾아보니 수탉에서 암탉이 되었다가, 이내 다시 수탉으로 변하고, 최근에 다시 암탉이 되어가는 모습이네요. 궤도 변화 안에서도 매도를 결정하는 과정은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