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에게 쓰는 투자 편지 : 9. 가치관이 투자에 끼치는 영향 (feat. 역발상 투자)

아들아 저번 편지에는 이제 까지 너에게 알려준 내용을 바탕으로 실제 적용하여 '나이스디앤비' 기업을 분석해보았다. 위 글의 다양한 투자자들의 피드백을 보면 그들이 이 기업에 투자할 수 없다는 논리는 지극히 수용할 만하다.

그들의 주된 이유는 주주 환원이 부족하기에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들의 이유가 이 기업에 투자를 하는데 영향을 크게 끼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지난 편지에는 경영진을 신뢰할 수 없으면 투자하지 말라고 해놓고 왜 말이 달라졌냐고? 나이스디앤비라는 기업의 경영진을 신뢰하지 못 할 근거가 나에게는 부족하기 때문이다. 경쟁 업체 대비하여 배당 성향이 낮다고 하여 이들을 불신할 수 있는 생각의 힘이 나에게는 생기지 않는다. 

물론 아쉽기는 하지. 현금을 굳이 쌓아 놓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지. 하지만 이 기업은 언제나 배당 성향을 20~30% 사이를 유지해 왔다. 현 시점 기준 3% 배당은 무조건 확보할 수 있다. 이것을 과연 객관적으로 낮은 수치라고 할 수 있을까?

이처럼 똑같은 현상을 두고도 사람들 마다 전혀 다른 판단은 어떻게 내리는 것일까? 오늘은 여기에 대해 편지를 남기려고 한다.


# 정보보다 가치관이 투자에 더욱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시장 참여자들은 기업의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들은 많은 정보가 수익에 직결된다고 믿는다. 하지만 진실은 그렇지가 않다. 많은 지식과 정보보다는 그들의 가치관이 투자를 내리는 결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더 나아가 버핏이 말하는 기질이 될 것이다.

나이스디앤비라는 기업을 투자하는데 저 보고서 이상의 더 정교한 데이터가 필요가 있을까? 나는 저 이상의 데이터는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저 기업의 재무와 사업 모델은 너무나 단순하기에 누가 봐도 똘똘 뭉쳐있는 알짜 금덩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 이상의 데이터는 각자의 불안과 의심을 잠재우거나 스스로의 확신을 위한 요소에 필요할 것이다. 버핏 또한 그렇게 말한다. 기업 분석에 많은 시간 쓰지 말라고 누가 보아도 큰 코끼리는 알아 볼 수 있다고.


월터 슐로스의 회상
월터 슐로스의 회상 (출처 : 숙향)

숙향님이 올려주신 글에 비슷한 내용이 있더구나. 좋은 글이니 참조해보거라.


내가 배짱이 좋거나 나의 가치관이 옳아서 이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 모두는 각자 가치관과 기질이 다르기에 동일한 현상을 두고 다른 판단을 내린다는 것이다. 나는 기질적으로 사람의 진심과 인간의 변화를 믿으며, 더 나아가 특수한 소수는 갱생 또한 가능하다고 믿고 살아간다. 그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도 알고 있으며, 그게 현실이 아닐 지라도 그렇게 믿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게 아름다운 세상이 펼쳐진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투자자의 종목과 평균 단가, 비중만 봐도 그의 삶의 가치관과 기질은 어느 정도 추정은 가능하다.)

그렇기 때문에 나이스디앤비의 경쟁사 대비 낮은 배당 성향으로 인한 저평가는 상대 평가에 의한 시장의 불신 정도로만 나에게 인식되게 된다. 결코 저 요소로는 경영진의 의지를 의심하는 결과까지 나에게 진행되지 않는다. 또한 이러한 배당 성향은 그냥 한 순간에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요소라고 인식할 뿐이다. 가령 주주 운동이나 투자자의 잔소리 혹은 설득이 될 것이다. 결국 나에게는 현재의 상황이 시장의 오해로 해석이 되는 것이다.


# 역발상 투자에 대해

시장에서 여러가지 이유로 소외되었을 때 저가에 매입하는 이러한 투자를 하는 것을 보통 역발상 투자라고 한다. 근데 누군가에는 지극히 정발상이다. 정보의 문제가 아닌 기질과 가치관으로 인해 시장의 근거는 빈약하다고 보고 있으며, 고로 저평가로 해석이 된다는 뜻이다.

시장에서 역발상 투자를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는 이는 잘 없는 것으로 보인다. 역발상이 가능한 그들은 흔히 꼴통 기질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학창 시절에도 여러가지 이유로 튀었을 것이며, 보편의 남들과는 항상 다른 생각과 판단을 내릴 것이다. 다수의 선택을 오히려 기질적으로 싫어 할 것이며, 다수의 선택이라는 이유로 그것을 결코 진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러한 꼴통 기질이 투자에서는 꽤나 큰 힘을 발휘 하기도 한다. 시장에서 너무나 소외되어 있기 때문에 대체로 아주 싼 가격에 매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시장의 판단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에 회사의 본질 변동이 없는 한 무한정 기다릴 수 있는 여유 또한 생기게 된다. 이러한 기질적 특성으로 그들은 필연적인 저가 매입과 함께 JUST STAY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진다.

누군가에는 지루하고 불편한 꽁초 투자가 누구에게는 지극히 당연한 투자가 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꼴통 기질을 타고 났는지 여부 때문이다. 그 일례가 워렌 버핏이 극찬했던 '월터 슐로스'다. 한정된 정보로 남들과 다른 결정을 내리고, 그것을 여유롭게 기다릴 수 있는 기질은 결코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기에 워렌 버핏은 그 무엇보다 기질을 중요시 여긴다.

물론 이러한 역발상 투자는 한 종목에 절대 올인하는 전략을 취해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시장이 생각하는 오해가 가시지 않는 한 주가 상승 기대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그래서 역발상 투자는 필연적으로 안전 마진을 강하게 확보하여 분산하는 꽁초 투자와 함께 해야만 한다.


#결론

오늘의 편지는 정보보다 가치관과 기질이 투자에 더욱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내용이었다. 이러한 기질은 역발상 투자를 할 수 있는 원천이기도 하다. 아들아 너는 분명 안전 마진과 배당을 확보하여 투자를 했을 것이다. 질 수 없는 싸움을 시작했으니 시장의 판단에 결코 두려움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 시장의 오해는 투자를 하는데 철저히 초과 수익을 올리는 요소로 작용하게 된다. 

투자는 확률 싸움이기에 모든 것을 완벽히 할 수 없다. 설령 몇몇 종목이 지지부진하더라도 다른 많은 종목들이 힘을 내줄 것이다. 그러니 욕심 부리지 말고 적절한 종목 분산과 기다림만 실천하여라.

이번 편지까지는 역발상 꽁초 투자를 하는데 있어 매수 관점에서만 설명을 했는데, 다음 편지에는 수익이 났을 때 언제 매도를 해야 하는지 (click) 편지를 남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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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deep_da님의 메시지…
사람마다 기질이 다르고, 가치관이 달라 보는 관점 또한 다름. 개인적으로 역발상 투자에 대한 핵심은 분석을 통한 확신에 있다고 생각. 역발상으로 투자했다가 일희일비해서 팔았던 안 좋은 추억이 많았음.
익명님의 메시지…
좋은 글 작성해주셔서 잘 읽고 있습니다.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있어 댓글 남깁니다.

말씀하신 기업이 peer 대비 배당성향이 낮은 부분이 저평가에 대한 근거라고 하셨고, 다른 분들이 우려하는 것 처럼 배당 성향이 낮다는 사실이 오너리스크라고 볼 수 없다. 오히려 배당성향은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라고 간략하게 이해했습니다.

궁금한 부분은 경영진에 대한 정보가 없이(기존 경영진이 암으로 사망해 아들이 이른 시점에 사업을 물려받은 결과로) 배당성향이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배당성향이 언제든 올라갈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 것 처럼 언제든 낮아질 수 있는 것 아닌가 싶어서요. 현금을 쌓아둠에도 배당 성향이 지속적으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은 배당을 늘릴 유인이 없다는 말일 수있고 언제든지 배당성향이 낮아질 가능성도 존재할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습니다.

댓글을 작성하면서 아 이런 생각을 역발상이다라고 정의하신 건가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적어주신 글을 요즘 잘 읽고 있는 구독자로서 질문 남깁니다.
맘퐁님의 메시지…
안녕하세요. 맞는 말씀이십니다.
말씀 하신 그것 또한 역발상입니다 ^^ 그렇게도 충분히 해석, 발상 가능하십니다. 다만, 저는 그런 발상의 힘이 강하게 생기지는 않습니다. (이러한 리스크 요인은 비중으로 조절이 되겠지요.) 이 또한 본문과 같은 서로간 기질에 의한 특성이겠지요.

국내 기업이 배당을 하지 않는 것에는 여러가지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며, 합리적인 이유라고 표현한 것에는 저는 그들의 심정을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물론 이해한다고 해서 그것이 옳다는 뜻은 아니구요. 이렇게 이해하는 것 또한 저의 기질이겠지요.

리스크 파악, 해석 능력 등의 핵심은 결국 지능도 지식도 다른 무엇도 아닌 '기질'이라는 뜻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