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하면서 '잘 모른다'는 것

 투자를 오랜 기간 지속하게 되면 자신이 정말 잘 모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고수들의 잘 모른다는 말을 기만으로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잘 모르면 투자를 해야 하지 말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로는 잘 모른다면서 개별 주식 투자는 지속하고 있습니다. 논리적으로 맞지 않는 저 말이 저는 기만으로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제는 저 말이 결코 기만이 아님을 알 수 있습니다. 정말 잘 모르는 것이 맞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투자를 하는 것은 자신이 알고 있는 범위(능력 범위)내에서 최선의 리스크를 관리하려 할 뿐입니다. 어차피 자본이 있는 이상 예금을 하든, 투자를 하든 어떻게 해서라도 자본을 활용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당연하게도 그들은 예금보다는 투자를 택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모르는 것 중 선별하여 그것을 선택할 뿐입니다.

즉, 자본이 있기 때문에 투자를 하는 것이지 투자를 하기 위해 자본을 끌어와 레버리지를 쓰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바꿔 말하면 레버리지를 쓴다는 것은 자신이 모른다는 것을 깨닫지도 못한 채 욕심이 가득찬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저의 투자 스타일은 2020년을 기점으로 완벽히 바뀝니다. 예전의 저는 고성장의 섹시한 기업을 찾아다녔습니다. 당시 나노신소재, 네패스, ISC가 포트의 대부분을 차지했습니다. 당시 매수 평단가가 만원 라인이었으므로 현시점에서 보면 꽤 많이 올랐음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수익은 커녕 반타작 확정 손실만 얻었습니다. 2020년 3월 포트가 반타작 나면서 한 가지 깨닫게 됩니다.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이 기업들에 대해 정말로 잘 알지 못한다는 사실을요. 잘 모른다는 것이 확인된 순간 매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참 신기하게도 기업은 사실 변한 것이 없는데 가격이 반타작 나면 온갖 공포를 가지게 됩니다. 이 때 버틸 수 있는 힘은 기업을 얼마나 알고 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저에게는 포트의 하락을 버틸 힘이 전혀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 기업들은 보유 현금이 많지도 않았고, Per 10이 넘었었고, 제품이 확실히 필드에서 선택되리란 보장도 없었습니다. 오직 제가 알고 있는 것은 '기대되는 미래'뿐이었습니다. 그렇게 저는 잘 모른다는 공포에 절어 손실을 확정 짓고 포트를 전부 정리했습니다. 

하락을 하더라도 공포를 가지지 않을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기 시작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제한된 정보 속에 제가 안다고 할 수 있는 것은 '기대되는 미래'가 아닌 '현재를 바탕으로 하여 기대 가능한 미래'였습니다. 즉, 현재를 무시한 미래는 투기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현재를 구성하는 것은 보유 현금, 숨어있는 자산, 가격, 경영진 등 다양하게 있습니다. 이것을 어느 정도의 가중치를 둘 것인지는 투자자의 재량일 것이고, 이러한 현재가 내가 알 수 있는 분명한 무엇일 것입니다. 나머지 요소는 사실 '잘 모르는 것'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단지 기대되는 무엇을 우리가 안다고 착각할 가능성이 높아 보이네요.

현재와 미래를 잘 구분해서 생각하는 것.
기대 가능한 미래와 기대되는 미래를 구분해볼 것.
기대 가능한 미래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 어떻게 할 것인가 대한 고민도 필요해 보입니다.

내가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구분하는 일은 꽤 만만치 않은 작업 같습니다.

맘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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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댓글

판교사업가님의 메시지…
글 잘 보았습니다. 저도 메가젠에 투자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