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때 뭐에 홀린듯이 장기 채권을 매수했다. 귀신에 씌였을까. 아무리 내가 증시 하락을 염두에 두고 있다지만 어떻게 쓰레기와 같은 4.7% 30년 장기 채권을 사게 되었을까? 그것도 평소 쓰레기라고 확신하고 있던 장기채를.. 이러한 돌발 행위를 하게 된 이유는 평소 내가 집어 넣은 증시, 금리 하락 논리 데이터가 순간적으로 나를 홀리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인간은 선별적으로 자기가 믿고 싶은 것만 믿는 존재에 불과하다는 것을 또 한번 깨닫는다.
채권의 원리를 이해하기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있으므로 간단하게 설명해보자면,
나는 증시 폭락 및 금리 하락을 염두에 두고 현재 미국 금리 4.75%에서 더 내려 간다고 판단하였다. 가령 매수자 입장에서 신의 은총으로 최선의 경우인 금리가 0% 까지 내려 간다고 하더라도 최대 수익률은 80%(듀레이션 10년 가정)가 최선이다. 하지만 반대로 최악의 경우(=금리가 계속 올라갈 경우)에는 손실은 무한대로 커진다.
안 팔고 4.7% 이자 먹고 가만히 있으면 되지 않냐고? 금리가 5%만 가도 실제로 매년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인데 속이 과연 편할까? 언젠가 금리가 내려오겠지? 그때가 언제일까?
세상은 절대 알 수 없는 요지경이다. 장기채는 금리가 적어도 10% 이상일 때 투자를 염두에 둘 수 있는 상품이다. 그 이하 금리의 장기채는 쓰레기 그 자체다. 현재 같은 보편의 금리에서 장기채가 어쩌니 저쩌니 하는 글 보는 순간 꺼버려라. 이해할 필요도 없는 쓰레기 같은 글이니까.
그리고 너무 감사하다. 나의 틀린 행동을 금방 알아채서.
다시 한번 더 새겨야 한다. 투자자는 개별 기업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을. 쓸 데 없는 데이터 집어 넣지 말자. 이성을 자부하는 나도 순간 미친 짓을 충분히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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